영등포역

 열차시간표가 젖어보였어

어디론가 가야 하는데

이곳에서 되도록 빨리 떠나야 하는데

갈 곳이 없네 

백원짜리 동전을 주머니에서 꺼내

고향친구에게 시외전화를 걸었지

왜 그때 갑자기 그 친구 생각이 났을까

친구는 몇년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지

친구의 부모님을 통해 알게되었어

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금방 알수있는 친구의 목소리

주화기를 두 손으로 꼭 움켜잡고

나는 울고있었어

친구는 옥미!너 옥미 맞지?!

친구 역시 금방 나를 알아보았지

그렇게 나는 

떠나온 고향을 

두번 다시 가보고 싶지않은 고향에

친구를 만나러 돌아가게 되었지

그리고

그뒤 내 인생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새로운 길로 접어 들었어

희망의 길 행복의 길이었을까?

그때는 

우리나라를 떠나는 것이

행복했어

그래 정말 행복했어










날개

깊은  산속의

무거운 침묵은 안개를 끌어안고

파아란 작은 호수는 하늘을 담아안고

한마리 흰새는 빈 몸으로

눈물을 감싸안은채

작은 목소리로 울고있다

삼백살 은행나무 할아버지 활짝펼쳐진

부채같은 고운 잎새 건네주지만

새는 울고만 있다

나무와꽃 나비와노루 풀벌레와바람

모두가 곁에 있는데

모두가 함께 있는데

새는 여전히 울고만 있다

당신은 들리나요⁈

당신을 부르고 있는 

간절한 새의목소리가

깊은 산속의

한마리 새

모두가 곁에 있는데

모두가 지켜주고 있는데

울기만 하네요

당신이 앗아가버린

그 흰 날개 이제 그만

새에게 돌려주세요

자유롭게 모두를 끌어안고

자유롭게 산과 호수를 날을수있도록

그 날개를 돌려주세요

그 날개는 

당신의 날개가 아니랍니다





태장동

 앞집 아주머니가 새벽에 도망을 갔다

뒷집 아저씨는 무당이 되어 이상한 모습으로 

산에서 내려왔다

우리집은 간 밤에 불이나 엄마는 울었다

나는 내일 학교에 가지않아도되 왠지 조금은

기뻤다

앞집 아저씨가 리어카를 끌다가 다리를 다쳤다

뒷집 아주머니는 새 남자랑 춘천으로 떠났다

우리집은 앞집의 옆집으로 이사를했다

왠지 나는 슬펐다

이 동네가…

이동네를 떠나지 못하는 현실이…

사람들이…

서울에서 때밀이를 하던 앞집 아주머니가 

예쁜 얼굴로 돌아왔다

며칠후 나의 단짝이었던 친구가 소식도 없이

서울로 가 버렸다

친구는 앞집 아주머니의 딸 이었다

어느날 고기를 못 드시는 아버지가

동네 아저씨들이 잡은 개고기를 드시고 

이상한 병에 걸렸다

밥이 구더기로 보이고 나랑 엄마의 얼굴조차

몰라봤다

아버지가 불쌍해 매일 울었다

그러던 어느날

뒷집 무당 아저씨가 우리집 마당에 

아버지를 앉혀놓고 이상한 주문을 외우며

시퍼런 칼날 위에서 칼춤을 췄다

동네사람은 무서워하면서도 재미있다는 얼굴이었다

참 신기해라

왜 일까⁉︎

아버지의 병이 거짓말 처럼 나았다

나는 그 후로 골목길에서

뒷집 무당 아저씨를 우연히 만날때면

고맙기도하고 무섭기도해서 얼굴을 수그린채

인사를 했다

몇년이 흘러 나는 홀로 태장동을 떠났다

엄마 아버지가 않계시는 그곳에 더이상 있을수가 없었다


첫눈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

첫눈이 내렸어요

참 다행이지요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하얀색이어서

첫눈은 잠시 바람에 흩날리다

구름을 삼키고 얼굴을 내민

햇님의 품속으로 살포시 녹아

사라졌지요

매년 그렇지만 첫눈은 언제나

마음 설레는 반가운 손님 같아요

창가에

한걸음 더 가까이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내 마음에도

잘 설명할수는 없지만

평온한 그 무언가가

살며시 다가오고있는듯 합니다





처음부터

처음부터 다시 시작 할수있다는것을

오늘 알았습니다 

처음부터 걸어온 이 길이

내 길이었음을 문득 알았습니다 

그 어느길도아닌 이 길을

앞으로도 걸어나가겠습니다

나는 종교인도 지식인도 

잘나고 힘있고

돈많은 사람도 아니지만 

내 갈길만큼은 알고 있지요

기쁜 오늘…

그래요 늦지않았어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 하는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