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그 여자 (1)

 도대체 성한 치아가 

하나도 없어 보였다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되는 낯선 언어

그 남자의 온몸은 

담배연기에 젖어있었고

유독 새끼손가락손톱에

깊숙이 파묻힌 검은 때와

그 손가락에 끼인 

누런 금반지의 반짝임이

이제껏 느껴본적이없는 

야릇한 비현실적 느낌마저 들게했다

그 회색빛 공간 속에 찌든

시간은 마치 고장 난 시계처럼 

정지 되었다

아,이것은 꿈이야 

감기에 걸려 꾸는 악몽이야

그 남자는 매주 목요일 저녁 여덟시에

그 여자가 있는 술집에 고개를 숙인채

쥐구멍에 숨어들어가는 모습으로

어깨를 움추린 채 들어왔다

그 남자를 다른 여자들은 

모두 알고있었지만

그 여자는 그 남자를 모른다

그 남자뿐만 아니라 그외 어떤 남자도

그 여자는 모르고 있었다

접시를 닦으며

젖은 행주를 쥐어 짜며 

옛 시절을 열심히 떠올려가며

누군가의 인기척에 도망치는 

바퀴벌레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 여자는 기도했다

검고 붉게 흔들리는

저 음울한 조명 속으로

자신의 존재가 사라져가지않기를



사라져가네

외투 주머니 속에 무엇이 들어 있었지?

돌멩이 두개 들어 있었을거야

한개 들어있으면 

외로울것같아 

두개 집어 넣었지

그런데,

그 돌멩이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제일 맘에 드는 모자 속에

꼭 꼭 감춰둔 것이 있었지

잊으면 안되는 집 주소와

잊으면 찾을수없는 얼굴을

간직하고 있었지

그런데,

그 모자를 잃어버렸어

어떤날은

몇개인지 모르는 

나의 마음이 궁금해서

살짝 당신에게 물어보았지

당신은 정성스럽게 

기타에 묻은 먼지를 닦으며

내게 말했어

몇개인지 알고 싶으면 

그 마음들을 다 시로 써보라고 말이야

좋은 생각이라고 

나 역시 생각했어

그런데 그때는 당신의 그 조언 보다

지친 내 마음을 잠시나마 

보아 주기를 원했어

그 후로 나는 많은 시를 썼어

물론 당신은 읽지않는…

그리고 우리는 함께 있으면 있을수록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이 점점 사라졌지

내가 소중히 간직 했던 것들이

시간과 나이와 함께 또한

서서히 사라져 갔지

그런데 때로는 행복하기도해

뭔가 가벼워진듯해

뭔가 자유롭기도하고…

두껍고 무거운 사전책장을 뒤척이며

어려운 글을 쓰고 

사전이 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애매한 문장들 속에서 

해방된 그런 느낌이야

그런데 사라진다고 해서

반드시 잊혀지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아











누가 나를 보고싶어 할까요

 예순이 넘은 오빠와 언니는

저를 보고 싶어 하지요

돌아가신 부모님도 저를

보고싶어할거예요

그리고

오래전 내 곁을 떠난 두 마리의

천사 고양이들도 어쩌면 저를

보고 싶어할지도 몰라요

그외 그 누가 

저를 보고 싶어 할까요

용문사 뒷산에서 밤을 주워

작은 내 두손에 담아주었던 

그 스님은 저를 기억 하고 있을까요

전학 갈때 

비 내리는 운동장 한 가운데에 서서

먼 유리창 넘어로 찾던 그 얼굴

그 얼굴의 친구는 저를

기억하고 있을까요

모르겠어요

저는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데

모르겠어요

왜 만날 수가 없는지

누가 저를 보고 싶어 할까요

누가 저를 기억 하고 있을까요

홀로 떠나 보면 알지요

정말 보고 싶은 

잊지 못할 그 누군가가 있다는 

외로운 행복을

헤어져 보면 알지요

나의 무지와 잘못을

오늘도 흰 눈이 내립니다

이 모든 생각들이

흰 눈에 덮혀 잊혀질까 조금은

슬퍼지는 하루 입니다



영등포역

 열차시간표가 젖어보였어

어디론가 가야 하는데

이곳에서 되도록 빨리 떠나야 하는데

갈 곳이 없네 

백원짜리 동전을 주머니에서 꺼내

고향친구에게 시외전화를 걸었지

왜 그때 갑자기 그 친구 생각이 났을까

친구는 몇년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지

친구의 부모님을 통해 알게되었어

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금방 알수있는 친구의 목소리

주화기를 두 손으로 꼭 움켜잡고

나는 울고있었어

친구는 옥미!너 옥미 맞지?!

친구 역시 금방 나를 알아보았지

그렇게 나는 

떠나온 고향을 

두번 다시 가보고 싶지않은 고향에

친구를 만나러 돌아가게 되었지

그리고

그뒤 내 인생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새로운 길로 접어 들었어

희망의 길 행복의 길이었을까?

그때는 

우리나라를 떠나는 것이

행복했어

그래 정말 행복했어










날개

깊은  산속의

무거운 침묵은 안개를 끌어안고

파아란 작은 호수는 하늘을 담아안고

한마리 흰새는 빈 몸으로

눈물을 감싸안은채

작은 목소리로 울고있다

삼백살 은행나무 할아버지 활짝펼쳐진

부채같은 고운 잎새 건네주지만

새는 울고만 있다

나무와꽃 나비와노루 풀벌레와바람

모두가 곁에 있는데

모두가 함께 있는데

새는 여전히 울고만 있다

당신은 들리나요⁈

당신을 부르고 있는 

간절한 새의목소리가

깊은 산속의

한마리 새

모두가 곁에 있는데

모두가 지켜주고 있는데

울기만 하네요

당신이 앗아가버린

그 흰 날개 이제 그만

새에게 돌려주세요

자유롭게 모두를 끌어안고

자유롭게 산과 호수를 날을수있도록

그 날개를 돌려주세요

그 날개는 

당신의 날개가 아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