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또 미쳐간다

헤드폰으로 엄청나게 음량을 높여서

 노래를

 듣는 날은

내가 또 미쳤다는 

나만의 암시이다

귓구멍에서

눈물이 쏟아지고

가슴 속에서는

가시가 돋아난다

아프다

아프다

노래도 아프고 

서툴게 써내려가는 글자도 아프다

그러면서 

이 아픔이 있어 행복을 뼈저리게 느끼는

나는 정말 스스로를 이해하기 힘든 여자다

이미 미쳐 버렸다

들키지 않으려고 가면을 썻지만 

나는 이미 화려하게 미쳤다

이유를 알고 싶다

아니,알면서도 모르는척 하는 

이 여자가 오늘따라 참 불쌍하다




허망 또는 망상


내 눈동자 꿈속 깊히 찾아와

내 마음을 흔들어 놓고

사라지는 사람

나는 그를 모른다

하루의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나의 어떤 곳에서

조용히 만나게 되는 그 사람

그는 나를 모른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모른다

노을을 찾아 강가 기슭을 배회하며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보이지만 느끼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구나

이 크고도 넓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별 나라에서

죽은날까지 괴로움 외로움 또한 

행복의 일부분이었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그 사람

…전혀 모르는 그 사람

깊은 어둠이 오늘도 나를 주시하며

내게 속삭인다

너는 너 자신을 속이며 

너의 마음을 값비싼 포장지로 포장해 

아름답게 꾸미려고 하지만 

이제는 그만 다 뜯어버리라고 …싸구려 망상이라고

나는 모르겠다 

그 속삭임의 의미를…

그러나 분명한 건

그냥 이 별나라에 있는 그 하나만으로도 축복이라는 것

그냥 서로를 모르더라도 지금은 살아있어 행복하다는 것

그리고 어둠의 진실을 모르는 척 외면해도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다는 것

내뱉는 나의 언어가 

너무나 망상의 망상이란 것을


또 눈이 내리네요

 저 천천히 떨어지는 흰눈은

세상 모든 것들의 영혼이야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얼굴과 모습

그리고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의 노래 들이야

또 내리는 흰눈을 

이 검은 장화로 밟는게

 눈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밟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가 없어

하루종일 눈이 내리네

누군가와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침묵의 시간이 길어져도 

함께 있고 싶어

또 눈이 내리는 이런 날은 왠지 더욱 더 외로운 날

내일은 어떤 날 일까



오늘밤도

 활짝 열려 있는 두개의 문

저쪽 방에서는 딸이 그림을 그리고 있고

이쪽 방에서는 남편이 다음달 스케줄을 잡고 있고

나와 두 마리의 고양이는 작은 거실 소파에 앉아 있다 

어쩌면 가장 편안하면서도 외로운 시간

외롭지 않은 인간이 이 세상에 존재할까⁉︎

매일 하는 똑같은 생각들…

돌아가신 부모님 그리운 친구들 정든 고향 

그리고 부산에 있는 언니 서울에 있는 오빠

그리고 또 오늘 하루의 나의 삶 

예전에는 몰랐던 정말 소중한 시간들을 오늘도 마음 깊이 

감사하게 느낀다

매일 밤 잠들때까지 듣는 법상스님의 법문

몸과 마음이 아파 약에만 의존 하고있을때 우연히 법문을 듣고 새로운 세상의 새로운 자신을 조금은 알게 되어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정말 많은 분들이 내게는 힘이 되어 주었다

서로가 서로를 모르지만…어쩌면 그래서 더 나를 돌아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잘 자라는 인사와 함께 손등에 뽀뽀를 하고 

딸이 방문을 조용히 닫았다

남편은 컴퓨터를 끄고 왠일인지 고양이들이랑 놀고 있다 

나는 그냥 어제 처럼 오늘도 같은 위치에서 같은 생각을 하며 단순한 건지 복잡한 건지 늘 이렇게 밤을 보낸다

그러다가 문득 홀로 속삭인다 

그 모든 것들로부터 괜찮아 라고

오늘밤은 오늘 뿐이지만 

오늘밤과 함께 있어 오늘도 행복하다



학성 국민학교

 어제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몇번이나 넘어질뻔했다

차가운 바람 얼어붙은 눈길 

아아 아직도 봄은 저 멀리 계시네 

이곳까지 찾아오실때까지 

조금더 봄님을 기다려야겠다

조심스럽게 걷는데 갑자기 

"우리들은 씩씩한 학성교의 어린이〜"라는 

초등학교 교가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며 걸었다 

그런데 눈물이 흘렀다

씩씩한…어린이…

그 어린이는 지금 씩씩한 어른이 되었을까

그러면서 그래 이만하면 씩씩히 잘 살아온거야

그래 오늘 하루도 씩씩하게 잘 버틴거야 

그래 그런 나를 칭찬해주는거야

학성교의 어린이가 이렇게 잘 살고있어 기뻐

라며 처음으로 나를 칭찬했다 

아마

기쁨의 눈물이었을까

아니면

위로의 눈물이었을까

그 시절의 

학성국민학교의 친구들 또한 

지금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을까 

정말 보고싶다 그립다 

은미언니 명희 상옥이 순영이 혜영이 

수영이 지나 민경이 경숙이 보임언니…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길

그리고 너무 늦었지만 감사하고 또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