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왜 나는 아픈 걸까

왜 너는 아파하지 않는 걸까

나는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픈데…

너는 내가 아파도 전혀 아파 보이지 않아

그런데 다행이야

네가 아프지 않아서.

잠못이루는 깊은 밤

환하게 눈부신 이 작은 기계의 알 수 없는 따스함

부정 할 수 없는 사소한 진실

그래,이렇게 엄지손가락을 

움직일 힘이 있다는 것은

내 아픔이 별거아니라는거겠지

너는 그런 나를 알고 있기에 아파하지 않고 있나봐

그런데 

그런데 

솔직히 너도 조금은 아픈 척이라도 해줬음 좋겠어

우린 부부이니까



이슬

 길모퉁이 쓰레기통옆에 

너무나도 고운 이슬의 드레스를 입은 

풀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곧 아침 해가  떠오르면 미련없이 

드레스를 벗어버리겠지…

…내 두 눈가의 이슬도 함께 데려가주렴.






옥미의친구

 옥미는 오늘도 창밖을 바라봅니다

계속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저멀리 사라져가는 차들을 바라보며

가끔 남의집 창문을 쳐다보며 

안개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지금 여기 있는 나는 누구일까요

나도 모르게 내가 누구인지 

그 누군가에게 묻고 있네요

옥미는 오늘도 그리움의 두꺼운 책속에 

파뭍혀버렸습니다 

무겁게 억눌린 심장이 답답하네요

친구가 곁에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옥미는 무거운 마음을 털어 버리려고 

장화를 신고 밖으로 나갔지요

비 냄새가 깊게 깊게 온 몸으로 퍼지네요

옥미는 옥미라는 친구와 함께 

홀로 토요히라 강가를

걷습니다 

외롭지 않다는 것은 거짓말 이지요



담배 꽁초

 짧은 입맞춤으로 

이미 나는 활활 타올랐지.

천천히 깊숙이,

너의 몸속을 맴돌고 맴돌다가,

영혼 없이 배회하는 유령이 되어,

저 바람 속으로 사라져가지.

너의 한숨과 무료함,

때로는 너의 넋두리를 감싸고 

한순간 한순간 나는 사라져갔지.

너는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짧은 입맞춤으로 나를 허공 속에 날려 보내고

어떤날은  내몸을 짓밟기도 했지.

나도 너를 

아프게 죽일 수 있어…

네가 나를,

내가 너를…무서운 복수의 사랑 같아.

또다시 다가오는 너의 손,

또다시 타오르는 내 영혼.

그리고는 금방 헤어지는 안녕…

슬픈 사랑같아 …







그대에게

 반쯤 기울어진 창백한 달,

그대의 뒷모습 어깨와 닮았네요.

검은 하늘의 달 곁에서 

숨어버리려고 가물가물 애쓰는 저 별은 

나를 닮았어요.

우리는 눈으로 보면 가까이 있는데,

우리는 서로를 느끼지 못하나봐요.

또다시 밤이 찾아오고,

나는,

어느새 밝고 크고 한없이 동그란 저 달과 같은

그대의 놀라운 모습에

 저 멀리 사라져 버렸지요.

나는 기울어진 그대의 어깨가 좋았는데

나는 그런 그대를 내게 기대게 하고 싶었는데 

언제나 나의 꿈은 이룰 수 없는 

소망으로 끝나고 마네요.

그래도 좋아요.

그대는 나만의 달이 아니니까.

그래요,

그대는 그대를 바라보는 그 모두들의 달이니까.

나는 어쩌면 

그 먼날 사라진 별일지도 몰라요.

사람들이 말하는 과학적 지식을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아직은 살아있는 별일거에요 

자신의 이름도 나이도 모르지만 

그래도 좋아요.

꿈이 절망으로 끝나 버리고

절망이 소멸로 이어지더라도 

나는 또다시 모든 기억을 잃고 꿈을 꾸지요.

또다시 밤이 찾아 왔네요

완전한 어둠,

더이상 그대를,

나는 찾지 않을래요.

나와 같은,

아직은 살아있을 듯한,

그렇게 믿고 싶어하는 별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서로를 느끼는 희미한 빛이

내 야윈 어깨위로 전해지고 있으니까요.

그대는 어여쁜 님,

잊지않을게요.





당연한 일이 아닐까

거의 6년에 가까운 시간,

일주일에 두세번은 만나 할아버지의 몸을 씻겨주고 

피부약을 발라주며 할아버지의 젊은시절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웃었던 시간들.

그 젊었던 어느 한때,

등과 팔에 큰 문신을 했던 할아버지는

내게 그 문신을 보일 때마다 힘없는 손으로 

자신의 몸을

채찍질 하듯 마구 때렸다.

흉하고 보기 싫다고…

나는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 괜찮아요! 나는 멋있어 보이는데,나도 문신 하고 싶은데〜" 라고 말하면 할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껄껄 웃으셨다.

그런 할아버지가,

먼 여행길을 떠났다.

직장에 출근해 잠시 기록을 살펴보고 있는데,

한 직원분이 ◯ ◯ 분이 돌아가셨다고 이야기를 했다

……

나는 두손을 모아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가족이나 친구,그 아무런 사람들 없이

홀로 떠난 할아버지의 마지막 시간을 생각하니 

사람의 삶과 죽음,인생의 허무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다른 한 직원이 나에게 묻는다 

왜 두손을 모으고 있냐고?!

……

나도 모르게 저절로 두 손을 모아 

할아버지의 명복을 빈 짧은 기도…

당연한 일을 묻는 직원의 태도가 

순간,왠지 슬펐다.

하루종일 마음이 우울했다

그러면서 더욱 더 내 자신에게 이야기 했다 

열심히 살지 않아도 괜찮아!

되도록 자신의 삶에 성의를 다해 살도록 노력 하자고.

열심히 살아야만 행복한 것도 

후회 없는 인생이 아닐거야.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은 성의를 다해 

자신과 그 누군가를 존중하며 적당히 사랑하며

좋아하는 일을 심오함없이 그냥 하며 살아가자고…

언젠가 할아버지는 말씀 하셨다

영화를 보는게 좋고 즐거웠다고.

사람들 저마다의 인생이 한 편의 영화라면 

나의 인생은 

어떤 영화가 될까

성의없이 대충 만들어 금방 고장이나,

새로 고쳐도 바로 망가져 버리는

 그런 인생이 되지않기를…

…열심히가 아닌 성의를 다해 살아가기를 .







돌아오는 길

 하늘은 맑고 푸른데 바람이 많이 불어 온다

정신없이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인적 드문 좁은 길가에 민들레가 활짝 피어있었다

모든 것을 다 드러내 

하늘을 향해 온몸으로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어쩌면 저렇게 예쁠까?

어떻게 저렇게 노랗지?

머지않아 바람부는데로 아무런 미련 없이 

긴 여행을 떠나겠지⁈

여느날과 그리 변함없는 나의 오늘 하루,

잠시나마 길가의 민들레를 보며 왠지 위로를 받았다

떠날때 떠나더라도,

어느 한 순간의 삶을 온전히 나로 살다 가고 싶다

돌아오고 돌아가는,영원하지 만은 않은 나의 길

조금은 쓸쓸한 이런 날,

언제나 바람이 분다

그리고 언제나 하늘을 많이 바라 보게된다 

다시 한번

 나에게는 세웠던 계획도 

그 어떤 목표도 지금껏 없었다 

너에게는 푸른 꿈과 

삶을 바라보는 진지한 눈빛이 항상 있었다 

지금 나는 또다시 너를 바라본다

화사하게 빛나지는 않지만 

은은한 전등불빛 처럼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 너.


나는 이제서야 조금씩 

인생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상의 그늘진 구석에 

비열하게 감추어 놓은 치부,

남의 집 벽 모퉁이에 

양심없이 몰래 버리고 도망간 불평불만,

그 누군가의 마음속 깊은 곳에 

내 던진 초라한 자존심.


왜 너는 그런 나를 알면서도 

나의 손을 잡으려 하는가

왜 나는 그런 나를

이제서야 마주하는가

그 어떤 꿈도 목표도 아직은 없지만

나답게 살아가고 싶다 

이것이 나의,

지금부터의 새로운 시작.


삶은 언제나 다시 시작 할 수있다 

오직 

행동뿐이다.


외로움

 강물은 외로워서 흘러가지요

하나의 강물이지만 천천히 바라보면 

하나가 아니지요 

같은 색깔 같은 몸짓도 아니지요

흘러가는 강물이 드넓은 바다에 이르러 

수많은 존재를 만나더라도 

그 외로움은 무엇과도 섞일수가 없어요

그래서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또다시 하나의 외로운 물방울로 태어나지요

태어날 때부터 아니 태어나기 이전부터 

모든 것들에게 분배되는 외로움…

하나님도 부처님도,

오늘 내발길에 스친 작은 돌멩이도 

분명 외로웠겠지요

이 커다란 별 안에서 수많은 존재를 만나지만

결국은 언제나 혼자이지요

외로워서 슬픈게 아니예요

혼자라서 외로운게 아니예요

"옥미"라는 나의 이름을 

아무도 부르는이 없어 나는 외로운 걸까요⁈

강물은 외로워서 흘러가지요

내이름과 고향을 감싸안고 오늘도 흘러가지요






예쁘다

 오늘밤의 달이 참 예쁘다

매일 바라보는 저 달은 나를 알까 모를까

일부러 사람없는 늦은 시간에 잠깐 거리를 걸으면

밤하늘에서 조용히 낙하하는 달의 냄새를 느낀다


조금은 쓸쓸하지만 왠지 따스하고 

조금은 눈물나지만 왠지 행복한 


말로는 표현못할 참 예쁘고 예쁜 달


저 먼 곳에서 환한 웃음 밝혀주는 달에게

 나도 웃음지어 보낸다


내일 또 만나요




어쩌면

진실한 어느 마음 하나가 

잊혀지지 않는 엄마의 냄새처럼

나를 울렸다 

사랑보다 따뜻하고

사랑보다 아름답고 

사랑보다 사랑스러워…

어쩌면 배려심 이야말로 

사람이라는 복잡한 동물을 

온전히 순수하고 맑게 씻겨주는 

부드러운 엄마의 손결 처럼

가장 마음에 와닿는 소중한 느낌인 것 같아








이유

 또 미쳐간다

헤드폰으로 엄청나게 음량을 높여서

 노래를

 듣는 날은

내가 또 미쳤다는 

나만의 암시이다

귓구멍에서

눈물이 쏟아지고

가슴 속에서는

가시가 돋아난다

아프다

아프다

노래도 아프고 

서툴게 써내려가는 글자도 아프다

그러면서 

이 아픔이 있어 행복을 뼈저리게 느끼는

나는 정말 스스로를 이해하기 힘든 여자다

이미 미쳐 버렸다

들키지 않으려고 가면을 썻지만 

나는 이미 화려하게 미쳤다

이유를 알고 싶다

아니,알면서도 모르는척 하는 

이 여자가 오늘따라 참 불쌍하다




허망 또는 망상


내 눈동자 꿈속 깊히 찾아와

내 마음을 흔들어 놓고

사라지는 사람

나는 그를 모른다

하루의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나의 어떤 곳에서

조용히 만나게 되는 그 사람

그는 나를 모른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모른다

노을을 찾아 강가 기슭을 배회하며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보이지만 느끼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구나

이 크고도 넓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별 나라에서

죽은날까지 괴로움 외로움 또한 

행복의 일부분이었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그 사람

…전혀 모르는 그 사람

깊은 어둠이 오늘도 나를 주시하며

내게 속삭인다

너는 너 자신을 속이며 

너의 마음을 값비싼 포장지로 포장해 

아름답게 꾸미려고 하지만 

이제는 그만 다 뜯어버리라고 …싸구려 망상이라고

나는 모르겠다 

그 속삭임의 의미를…

그러나 분명한 건

그냥 이 별나라에 있는 그 하나만으로도 축복이라는 것

그냥 서로를 모르더라도 지금은 살아있어 행복하다는 것

그리고 어둠의 진실을 모르는 척 외면해도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다는 것

내뱉는 나의 언어가 

너무나 망상의 망상이란 것을


또 눈이 내리네요

 저 천천히 떨어지는 흰눈은

세상 모든 것들의 영혼이야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얼굴과 모습

그리고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의 노래 들이야

또 내리는 흰눈을 

이 검은 장화로 밟는게

 눈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밟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가 없어

하루종일 눈이 내리네

누군가와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침묵의 시간이 길어져도 

함께 있고 싶어

또 눈이 내리는 이런 날은 왠지 더욱 더 외로운 날

내일은 어떤 날 일까



오늘밤도

 활짝 열려 있는 두개의 문

저쪽 방에서는 딸이 그림을 그리고 있고

이쪽 방에서는 남편이 다음달 스케줄을 잡고 있고

나와 두 마리의 고양이는 작은 거실 소파에 앉아 있다 

어쩌면 가장 편안하면서도 외로운 시간

외롭지 않은 인간이 이 세상에 존재할까⁉︎

매일 하는 똑같은 생각들…

돌아가신 부모님 그리운 친구들 정든 고향 

그리고 부산에 있는 언니 서울에 있는 오빠

그리고 또 오늘 하루의 나의 삶 

예전에는 몰랐던 정말 소중한 시간들을 오늘도 마음 깊이 

감사하게 느낀다

매일 밤 잠들때까지 듣는 법상스님의 법문

몸과 마음이 아파 약에만 의존 하고있을때 우연히 법문을 듣고 새로운 세상의 새로운 자신을 조금은 알게 되어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정말 많은 분들이 내게는 힘이 되어 주었다

서로가 서로를 모르지만…어쩌면 그래서 더 나를 돌아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잘 자라는 인사와 함께 손등에 뽀뽀를 하고 

딸이 방문을 조용히 닫았다

남편은 컴퓨터를 끄고 왠일인지 고양이들이랑 놀고 있다 

나는 그냥 어제 처럼 오늘도 같은 위치에서 같은 생각을 하며 단순한 건지 복잡한 건지 늘 이렇게 밤을 보낸다

그러다가 문득 홀로 속삭인다 

그 모든 것들로부터 괜찮아 라고

오늘밤은 오늘 뿐이지만 

오늘밤과 함께 있어 오늘도 행복하다



학성 국민학교

 어제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몇번이나 넘어질뻔했다

차가운 바람 얼어붙은 눈길 

아아 아직도 봄은 저 멀리 계시네 

이곳까지 찾아오실때까지 

조금더 봄님을 기다려야겠다

조심스럽게 걷는데 갑자기 

"우리들은 씩씩한 학성교의 어린이〜"라는 

초등학교 교가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며 걸었다 

그런데 눈물이 흘렀다

씩씩한…어린이…

그 어린이는 지금 씩씩한 어른이 되었을까

그러면서 그래 이만하면 씩씩히 잘 살아온거야

그래 오늘 하루도 씩씩하게 잘 버틴거야 

그래 그런 나를 칭찬해주는거야

학성교의 어린이가 이렇게 잘 살고있어 기뻐

라며 처음으로 나를 칭찬했다 

아마

기쁨의 눈물이었을까

아니면

위로의 눈물이었을까

그 시절의 

학성국민학교의 친구들 또한 

지금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을까 

정말 보고싶다 그립다 

은미언니 명희 상옥이 순영이 혜영이 

수영이 지나 민경이 경숙이 보임언니…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길

그리고 너무 늦었지만 감사하고 또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