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반쯤 기울어진 창백한 달,

그대의 뒷모습 어깨와 닮았네요.

검은 하늘의 달 곁에서 

숨어버리려고 가물가물 애쓰는 저 별은 

나를 닮았어요.

우리는 눈으로 보면 가까이 있는데,

우리는 서로를 느끼지 못하나봐요.

또다시 밤이 찾아오고,

나는,

어느새 밝고 크고 한없이 동그란 저 달과 같은

그대의 놀라운 모습에

 저 멀리 사라져 버렸지요.

나는 기울어진 그대의 어깨가 좋았는데

나는 그런 그대를 내게 기대게 하고 싶었는데 

언제나 나의 꿈은 이룰 수 없는 

소망으로 끝나고 마네요.

그래도 좋아요.

그대는 나만의 달이 아니니까.

그래요,

그대는 그대를 바라보는 그 모두들의 달이니까.

나는 어쩌면 

그 먼날 사라진 별일지도 몰라요.

사람들이 말하는 과학적 지식을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아직은 살아있는 별일거에요 

자신의 이름도 나이도 모르지만 

그래도 좋아요.

꿈이 절망으로 끝나 버리고

절망이 소멸로 이어지더라도 

나는 또다시 모든 기억을 잃고 꿈을 꾸지요.

또다시 밤이 찾아 왔네요

완전한 어둠,

더이상 그대를,

나는 찾지 않을래요.

나와 같은,

아직은 살아있을 듯한,

그렇게 믿고 싶어하는 별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서로를 느끼는 희미한 빛이

내 야윈 어깨위로 전해지고 있으니까요.

그대는 어여쁜 님,

잊지않을게요.





당연한 일이 아닐까

거의 6년에 가까운 시간,

일주일에 두세번은 만나 할아버지의 몸을 씻겨주고 

피부약을 발라주며 할아버지의 젊은시절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웃었던 시간들.

그 젊었던 어느 한때,

등과 팔에 큰 문신을 했던 할아버지는

내게 그 문신을 보일 때마다 힘없는 손으로 

자신의 몸을

채찍질 하듯 마구 때렸다.

흉하고 보기 싫다고…

나는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 괜찮아요! 나는 멋있어 보이는데,나도 문신 하고 싶은데〜" 라고 말하면 할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껄껄 웃으셨다.

그런 할아버지가,

먼 여행길을 떠났다.

직장에 출근해 잠시 기록을 살펴보고 있는데,

한 직원분이 ◯ ◯ 분이 돌아가셨다고 이야기를 했다

……

나는 두손을 모아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가족이나 친구,그 아무런 사람들 없이

홀로 떠난 할아버지의 마지막 시간을 생각하니 

사람의 삶과 죽음,인생의 허무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다른 한 직원이 나에게 묻는다 

왜 두손을 모으고 있냐고?!

……

나도 모르게 저절로 두 손을 모아 

할아버지의 명복을 빈 짧은 기도…

당연한 일을 묻는 직원의 태도가 

순간,왠지 슬펐다.

하루종일 마음이 우울했다

그러면서 더욱 더 내 자신에게 이야기 했다 

열심히 살지 않아도 괜찮아!

되도록 자신의 삶에 성의를 다해 살도록 노력 하자고.

열심히 살아야만 행복한 것도 

후회 없는 인생이 아닐거야.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은 성의를 다해 

자신과 그 누군가를 존중하며 적당히 사랑하며

좋아하는 일을 심오함없이 그냥 하며 살아가자고…

언젠가 할아버지는 말씀 하셨다

영화를 보는게 좋고 즐거웠다고.

사람들 저마다의 인생이 한 편의 영화라면 

나의 인생은 

어떤 영화가 될까

성의없이 대충 만들어 금방 고장이나,

새로 고쳐도 바로 망가져 버리는

 그런 인생이 되지않기를…

…열심히가 아닌 성의를 다해 살아가기를 .







돌아오는 길

 하늘은 맑고 푸른데 바람이 많이 불어 온다

정신없이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인적 드문 좁은 길가에 민들레가 활짝 피어있었다

모든 것을 다 드러내 

하늘을 향해 온몸으로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어쩌면 저렇게 예쁠까?

어떻게 저렇게 노랗지?

머지않아 바람부는데로 아무런 미련 없이 

긴 여행을 떠나겠지⁈

여느날과 그리 변함없는 나의 오늘 하루,

잠시나마 길가의 민들레를 보며 왠지 위로를 받았다

떠날때 떠나더라도,

어느 한 순간의 삶을 온전히 나로 살다 가고 싶다

돌아오고 돌아가는,영원하지 만은 않은 나의 길

조금은 쓸쓸한 이런 날,

언제나 바람이 분다

그리고 언제나 하늘을 많이 바라 보게된다 

다시 한번

 나에게는 세웠던 계획도 

그 어떤 목표도 지금껏 없었다 

너에게는 푸른 꿈과 

삶을 바라보는 진지한 눈빛이 항상 있었다 

지금 나는 또다시 너를 바라본다

화사하게 빛나지는 않지만 

은은한 전등불빛 처럼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 너.


나는 이제서야 조금씩 

인생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상의 그늘진 구석에 

비열하게 감추어 놓은 치부,

남의 집 벽 모퉁이에 

양심없이 몰래 버리고 도망간 불평불만,

그 누군가의 마음속 깊은 곳에 

내 던진 초라한 자존심.


왜 너는 그런 나를 알면서도 

나의 손을 잡으려 하는가

왜 나는 그런 나를

이제서야 마주하는가

그 어떤 꿈도 목표도 아직은 없지만

나답게 살아가고 싶다 

이것이 나의,

지금부터의 새로운 시작.


삶은 언제나 다시 시작 할 수있다 

오직 

행동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