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그 여자 (1)

 도대체 성한 치아가 

하나도 없어 보였다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되는 낯선 언어

그 남자의 온몸은 

담배연기에 젖어있었고

유독 새끼손가락손톱에

깊숙이 파묻힌 검은 때와

그 손가락에 끼인 

누런 금반지의 반짝임이

이제껏 느껴본적이없는 

야릇한 비현실적 느낌마저 들게했다

그 회색빛 공간 속에 찌든

시간은 마치 고장 난 시계처럼 

정지 되었다

아,이것은 꿈이야 

감기에 걸려 꾸는 악몽이야

그 남자는 매주 목요일 저녁 여덟시에

그 여자가 있는 술집에 고개를 숙인채

쥐구멍에 숨어들어가는 모습으로

어깨를 움추린 채 들어왔다

그 남자를 다른 여자들은 

모두 알고있었지만

그 여자는 그 남자를 모른다

그 남자뿐만 아니라 그외 어떤 남자도

그 여자는 모르고 있었다

접시를 닦으며

젖은 행주를 쥐어 짜며 

옛 시절을 열심히 떠올려가며

누군가의 인기척에 도망치는 

바퀴벌레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 여자는 기도했다

검고 붉게 흔들리는

저 음울한 조명 속으로

자신의 존재가 사라져가지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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