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어느 아침에

 비가 내리는 흐린 아침

우산도없이 길을 걸었어

배고픈 아침 이었지

어머니의 된장국이 떠오르는 아침 이었어

우산을 받쳐 들고 모두들 

어디로 사라져 가는 걸까

사람이나 짐승이나 비에 젖어 축 늘어진

몸뚱이는 가느다란 실 처럼 금방이라도

저 빗줄기에 끊어질 것만 같아

부산의 어느 산 동네에서

바라보던 저녁 노을빛 잠긴 바다가 보고싶어

원주역이 강 건너 보이던 흙길 둑방위에서

다시 한번 아버지의 손을 잡아보고 싶어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비가 내리면 

만성 편두통과 향수병에 시달리지

그래도 웃어야지

기계인간들 처럼 모두가 우산과 함께 

바쁜 모습으로 사라져가고 있는데

나는 지금 정신이 나간 여자처럼 홀로

빗속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걷고있네

비 처럼 많이 울어봤으니 

이제 부터는 많이 웃어봐

비 개인 후의 밝은 무지개 처럼말이야

정신이 나간 여자 처럼 웃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것 같아

그런데

지금 나는 너무나 배가 고파

웃기가 힘들 정도로 말이야

비 냄새가 흠뻑 스며든

 토요히라 강물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젖은 풀잎도 살짝 쓰다듬어 보고

나는 집으로 향했어

돌아갈 집이 있다는게

오늘따라 유난히 기쁘고 

행복하다고 느꼈지

아 오랜만에 된장국 이라도 끓여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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